일상/독서 6

6/11 오늘 구매한 책

주말을 맞아, 동네 교보문고와 알라딘 책방에 들렀다. 책방에 있으면 설렌다. 뭔 책을 살 지 고민도 되고, 굳이 사지 않더라도 마치 내가 지성인이 된 것 같은 착각도 든다. 뿐만아니라, 견물생심이라고 생각에 없던 책도 막상 보면 사고싶어진다. 그래서 그 어디에서보다 충동구매를 많이 하게 되는 곳이 서점이다. 다른 충동구매 과소비는 행위 후에 죄책감이 생기지만, 책은 또 죄책감도 들지 않아 더 위험하기도 하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저자는 그 책을 집필하기 위해 오랜 시간을 쏟았을 것이다. 반면에 나는 단 돈 몇 천원, 혹은 몇 만원이면 그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여 원하는 정보, 혹은 감동을 얻을 수 있다. 이정도면 수지맞는 장사라 생각한다. 아무튼, 오늘 서점에 들러 산 책은 총 여섯 권으로, 기술 서적..

일상/독서 2022.06.11

기형도 - 입 속의 검은잎

나는 왕왕 한 잔의 술을 마시며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나간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를 한다. ... 진짜로 그러한 이야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저 문장은 박인환 시인의 목마와 숙녀의 첫 구절일 뿐이다. 한편으로는 생각한다. 정말 술을 마시며 이런 이야기들을 나눈다면... 그거 제법 낭만있을지도...? 시를 잘 쓰는 사람들은 언어를 효율적으로 잘 쓰는 사람들일 것이다. 나는 백 마디 문장으로도 사람들을 감복시키기 어려운데, 저 시를 잘쓰기로 유명한 사람들은 단 몇 개의 문장만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쉽게 흔들어놓는다. 시의 목적이 독자의 감정이나 상상력을 자극하는 것이라면, 시인들은 단 몇 문장 만으로 그 목표를 이룬다. 시로 부터 내가 기대하는 것은 무엇인가? 기발한 표현으로부터 오는 생각의 ..

일상/독서 2022.06.08

홍자성 - 채근담

때때로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다. "내가 이것을 왜 지금에서야 했을까" 하지만, 모든 것에는 적절한 때가 있다. 내가 어떠한 행위를 하면서 진작 하지 않았음을 후회한다는 것은, 내가 그 순간에 그만큼 그것을 즐거워하고 있다는 것이다. 아마, 더 이른 시기에 그것을 접하고 하게 되었더라면, 별다른 흥미를 느끼지 못하거나 애초에 관심조차 주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내가 채근담을 읽으며 경험한 바와도 비슷하다. 이 좋은 책을 진작이 알고 있었으면서도, 왜 읽지 않았던 것일까? 물론 진작에 알고야는 있었지만, 딱히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되려 그 당시에 읽었더라면, '아, 뭐 좋은 말이기는 하구나.' 정도로 끝났을 것인데,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나서야 보게 되니, 비로소 그 말 뜻을 짐작이나마 할 수..

일상/독서 2022.06.03

올더스 헉슬리 - 멋진 신세계

버나드 마르크스라는 등장인물의 이름에 기대를 걸었다. 레니나를 둘러싼 포스터와 버나드 간의 갈등을 겪으며, 버나드가 각성하고 세계를 뒤흔드는 내용을 기대했다. 그럴 줄 알았는데, 뜬금없이 존이라는 인물이 나타나서 이 세계에 환멸을 느끼고 있는게 아닌가? 사실 내가 기대했던 그림으로 전개가 되었어도, 딱히 마음에 들지는 않았을 것이다. 버나드라는 자체도 사실은 고위층으로 타고난 인물이다. 그런 내용이라 하면, 무산계급이 유산계급을 상대로 반기를 든다는 클리셰를 따르는 편이 더 재밌었을 것이다. 그냥 조금 삐딱하고 불만많은 특권층이 투정부리는 내용 정도로 그쳤을 것이다. 아무런 고민없이 마음편히 살 수 있는 세상은, 그 수단이 설령 소설과 같이 세뇌와 마약이 아니라 하더라도 그다지 매력적이진 않다. 매일 밤..

일상/독서 2022.05.31

[독서] 요즘 읽는 책, 그리고 읽을 책

본디 나는 사회복지학을 전공했던 사람으로서, 사회복지라 하면 인본주의에 근간을 둔 응용학문이자 사회과학이니, 내가 배운 것은 사람에 대하여 생각하고 탐구하며 행동하는 것이었다. 허나 사회복지학 외에도 전공했던 것이 있느니, 빅데이터 분석학으로 요즘에는 이 분야를 계속해서 공부하다보니 자연스레 모든 생각이 수치적인 것으로 흘러들어가게 되었다. 하지만 숫자를 본다는 것도 결국 인간 세상의 일을 보다 명료하게 해석하기 위함인 것인데, 어쩐지 요즘 숫자에만 매몰되어 본질을 망각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었다. 이러한 뜻에, 과거 예전 한창 문학소년이던 시절의 감성을 끌어와 남는 시간 틈틈이 독서에 매진하고 있다. 요 근래에 읽었던 책들은 다음과 같다. 1. 용문집 가장 최근에 읽은 시집으로, 내 직계 16대조 할..

일상/독서 2022.05.29

[독서] 장무선의 시를 차운하다 - 조욱

... 愚哉余身 어리석은 내 몸은 富哉春秋 젊은 시절에 芒焉無知 멍하니 아는 것 없이 隨世沈流 세속 따라 침몰되어 흘러다녔네. 雖曰不死 비록 죽지는 않았다 한들 奚益形化 죽음보다 무엇이 나았으리오. 勖爾勵志 힘쓰거라. 너는야 스스로 힘써 舊惡是謝 옛날의 나쁜 점은 사절하여라. ... 事敗於怠 일은 게으른 데서 패하게 되고 功成於勤 공은 근면에서 이루어지나니 農夫力耕 농부가 밭갈이에 힘을 쓴다면 所得必殷 얻는 것이 반드시 풍부하리라 ... 장무선의 시를 차운하다(次張茂先勵志詩韻) 中 - 조욱(趙昱) 16대조 할아버지의 문집 "용문집"에 수록된 한시 '장무선의 시를 차운하다' 의 일부이다. 16대조께서는 젊어서 기묘사화로 변을 당한 뒤, 서울을 떠나 평생 도학과 유학을 공부하며 살았다고 전해진다. 그러한 점..

일상/독서 2022.03.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