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과 함께 찾아온 영하권의 날씨는 2023년과의 작별이 머지않았음을 알려주고 있다.
2023년 한 해를 돌이켜보기 위해 블로그를 확인해보았으나, 유감스럽게도 올해는 쓴 글이 얼마 없었다.
작년 한 해 동안 이 블로그에 적잖이 글을 썼던 것을 돌이켜보면
이러한 올해의 내 족적은 나태해진 나 자신에 대한 표상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만, 변명의 여지가 없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이에 일종의 변명이나 핑계로써, 지난 11개월 간의 내 보잘 것 없는 행적을 술회하고자 한다.
나는 몇 차례의 인사 이동을 겪었다. 크게는 두 차례, 작게는 세 차례 정도 있었던 것 같다.
그 덕에 지금은 작년 9월 입사 당시에 있던 팀과는 다른 팀에서, 당시 맡았던 것과는 매우 다른 업무를 하게 되었다.
지금은 백엔드 개발자로서, 부분적으로 데이터 엔지니어링을 하고 있다.
백엔드를 담당하게 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던 것 같다.
사내 구조조정으로 인하여 혼자서 백엔드의 많은 업무를 담당하게 되었다.
유감스럽게도 고객의 voc와 사내 C레벨들은 어리숙한 주니어의 혼란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렇게 백엔드 개발로 분투하는 동안에 크고 작은 여러 서비스를 개발했다.
고객사 데이터 요약보고서 발송 서비스, 사내 권한 관리를 위한 IAM 자동 부여/회수 스케줄러,
전임자가 개발하다 말고 사라져버렸던 신규 서비스...의 런칭을 위한 QA 대응,
자사 서비스 소개서 다운로드 기능, 기존에 존재하지 않았던 유저의 비밀번호 변경 기능 추가,
로그인 로직 개선, 서비스 ODM을 위한 백엔드 개발,
그리고 차마 표현할 수 없는 사소한 개발 건들까지도.
아직도 사내 서비스에 대한 user behavior 파이프라인 개선과 서비스 권한 관련 개발 건이 남아있다.
이러한 와중에서도 나는 이직 준비를 했다. 다음 사유로 나는 이직을 준비하였다.
하나는 내 경험과 비전이 타 기업의 공감대를 살 수 있는지가 궁금했으며,
다른 하나는 시장에서 과연 내가 매력적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지가 궁금했으며,
또 다른 하나로는 만약 갈 수 있다면 막연히 대기업에 가고싶다는 마음이었다.
나름 모 대기업의 최종면접까지 경험해보았다. 아무튼 내가 그 회사에 다니는 일은 없게 되었다.
아무튼 이렇게 된 시점에서, 이제 나는 무엇에 집중하여 나의 역량을 강화해야 하는 것일까.
이제 '개발자', 나아가 '백엔드'라는 타이틀에 어느 정도 익숙해진 것 같다.
다만 B2B SaaS 프로그램의 백엔드 개발자로서 일반적으로 생각되는 백엔드 개발자와는 다소 괴리가 있어보인다.
나는 나 스스로를 '백엔드' 개발자보다는, '제품' 개발자, 혹은 '서비스' 개발자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직접 유저의 서비스 사용 데이터에 대한 파이프라인도 개발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나는 데이터를 통해 구성원들에게 인사이트를 제공하며
동시에 비즈니스와 가장 밀접한 부분에서 개발을 하고 있는 개발자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내가 발담근 이 도메인에서 성장해간다면, business driven 하면서 data driven한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개발자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기술적으로 보았을 때, 올해 나는 그래도 작년보다는 제법 쓸만한 개발자는 된 것 같다.
우선 남이 짜놓은 코드를 보고 파악하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졌다. 아니, 원래부터 잘했던걸까..?
코드를 보고 파악하기 위해서는 또 기본적으로 디버깅을 잘해야 한다. 디버깅도 제법 잘 할줄 안다.
단순히 print의 반복이 아닌, breaking point를 적절히 섞어가면서.
단순한 파이썬 코딩, 클라우드 활용 등은 굳이 말 할 필요가 없다.
더불어 10년 이상의 개발 경력을 갖고 있는 시니어 외주 개발사가 짜놓은 코드를 보다보니,
컨벤션, 구조화, 장고 프레임워크 활용 능력 등 많은 부분에서 배운다.
그뿐인가, 직접 백엔드 팀장님과 코드 리뷰도 수 차례 진행하며 배운다. 이게 가장 크다.
지적받은 코드, 지적받은 로직을 수정해가며 배운다.
팀장님도 무언가를 찾을 때에는 공식 docs를 직접 찾는 것을 보며 배운다.
막상 끝내려고 보니 할 말이 없는데, 역시 나는 아직 글쓰기와 친하지 않은 것 같다.
아무튼 남은 2023년을 잘 보내고 싶고, 다가올 2024년을 잘 살아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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